일본 주부지역 아이치현에 위치한 나고야는 도쿄와 오사카와 함께 일본의 3대 도시로 꼽히며 동쪽과 서쪽이 만나는 중요한 교통의 요충지인 곳이다. 그러나 일본 현지인들에게도 외국인들에게도 관광지로는 존재감이 약한 도시로 인식되고 있다. 한국인들에게도 일본의 주요 관광도시를 물으면 도쿄, 오사카를 제외하고라도 교토, 삿포로, 후쿠오카 등을 나고야보다 먼저 떠올릴 것이다.
그래서인지 자주 "노잼도시"로 거론되는 불명예를 겪고 있는데 관광로는 매력이 부족하더라도 편리한 교통, 대도시이지만 복잡하지 않은 주거환경,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물가 등으로 정착민들에게 삶의 만족도는 꽤 높다고 한다. 중부라는 위치와 노잼이라는 도시의 이미지때문인지... 한국으로치면 대전과 자주 대응되는 것 같다. (대전 미안...ㅎㅎ 이제는 성심당의 도시로 우뚝선..♥)
그런 나고야에 이제는 반드시 가야할 이유가 생기고 말았다. 바로 2022년 11월 1일 나고야에 오픈한 지브리파크 때문!!! 현지인들에게도 따끈따끈한 핫명소라 티켓팅이 그야말로 전쟁이다...!!!(100%예약제)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아들이자 애니메이션 감독인 미야자키 고로가 파크의 기획조성을 맡았으며 2005년 아이치 엑스포가 열렸던 사랑·지구 박람회기념공원(愛・地球博記念公園) 부지를 활용해 기획되었다. (한국인들에게는 쉽게 아이치엑스포기념공원이라고 불리는 듯 하다.)
도쿄에 있는 지브리 미술관과 달리 "비어있고", "열려있는" 공간을 지향하며 다양한 협업이 가능한 공간으로 만들고자 한다고 감독이 밝혔는데 그래서인지 지브리답지 않게? 완벽한 모습으로 오픈한 것이 아닌 조금씩 조금씩 완성시켜나가는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 공간을 여러모로 실험해보고 시행착오들을 조금씩 조금씩 수정해나가는 듯 하다. 완벽주의자인 미야자키 하야오와는 다른 미야자키 고로 감독의 일하는 방식인것 같기도.
지브리파크는 5개의 테마공간으로 구성된다. "지브리의 대창고", "청춘의 언덕", "돈도코 숲", "모노노케 마을", "마녀의 계곡" 이다. 지브리의 대창고, 청춘의 언덕, 돈도코 숲이 2022년 11월 개장과 함께 오픈했고, 1년 뒤 2023년 11월 모노노케 마을이 오픈했다.
"지브리의 대창고"에서는 과거 지브리의 작품들의 멋진 순간들을 재현한 테마 공간들과 함께 다양한 기획전시, 숍, 카페 등을 둘러볼 수 있다. "청춘의 언덕"에서는 <귀를 기울이면>, <고양이의 보은> 작품에 등장한 골동품가게(World Emporium), 고양이사무소 같은 공간들을, "돈도코 숲"에서는 <이웃집토토로>에 나오는 사츠키와 메이가 살았던 일본식 서양주택을 비롯한 토토로의 세계를, "모노노케 마을"에서는 <원령공주(모노노케히메)>를 모티브로 한 공간들과 이색적인 체험들을 만날 수 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 <마녀배달부 키키> 등의 작품을 모티브로 한 "마녀의 계곡" 테마공간이 2024년 3월!!! 마지막으로 오픈을 예정하고 있다!!! 아이치엑스포기념공원부지의 전체규모가 200헥타르가 넘는다고 하니 정말 넓은 공간이다. 지브리파크는 이 기념공원의 곳곳을 활용해 5개의 구획으로 구성되어있다고 보면 된다. 실제로 입장할 때보면 입구의 맨 가운데에는 아이치엑스포기념공원, 왼쪽에는 지브리파크, 오른쪽에는 모리코로파크 이렇게 3개의 이름이 모두 써져있다. 5개의 테마공간 오픈 완료와 별개로도 앞으로 자연, 숲, 공존이라는 지브리의 색깔들로 어떻게 이 공간들을 채워나갈지 너무나 기대된다.
나는 2023년 2월에 방문했기때문에 당시에는 "지브리의 대창고", "청춘의 언덕", "돈도코 숲" 3가지 테마공간만 오픈한 상태였다. (그때는 모노노케 마을도 오픈하기 전이었다.) 전쟁같은 예매경쟁 속에 내가 겨우겨우 손에 넣은 것은"지브리 대창고" 입장권!(이것만으로도 너무너무 감사ㅠㅠ) 사츠키와 메이의 집을 볼 수 있는 돈도코 숲이나 바론과 무타를 만날지도 모르는 청춘의 언덕도 정말정말 가보고 싶었지만, 이번에는 대창고만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하지만 막상 가보니 대창고에서만 반나절을 다 보냈을 정도로 볼거리 많았다! 앞으로도 몇번이고 와보고 싶음...!!)
지브리의 대창고는 그야말로 "대창고(Grand Warehouse)"다!! 홈페이지에서 설명하는 것처럼 "지브리의 모든 것을 화려하게 전시"하고 있다. (앗...화려하게..?!? 갑자기 떠오르는 한분...) 지브리의 단편들을 관람할 수 있는 상영관부터 곳곳에 연출된 지브리 작품들의 명장면과 공간들, 3개의 기획전시, 숍과 카페 모든 것들이 지브리로 가득하다.
대창고는 그야말로 약간의 창고 건물 같이 생겼다. 창고컨셉이긴하지만 지브리가 이런 스타일의 건물을 지었다니...하는 생각에 정말 의외라고 생각했는데 원래는 2018년까지 공원 내 수영장으로 사용되던 건물을 리뉴얼해서 조성되었다고 한다!! (그랬군...!!!) 100% 예약제이고, 게다가 입장하는 시간까지 사전에 예약하기 때문에 대부분 나와 같은 시간에 구경할 사람들이 줄을 서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줄 설때 봤던 사람들은 구경하면서도 거의 대부분 마주치게 된다. 나는 입장도 구경도 여유롭게 할 생각으로 오전 11시로 예약했다. 예약이 반드시 필요한 것을 모르고 무작정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도 꽤 보였는데 정말...같은 지브리 팬으로써 맴찢...ㅠㅠ
입장할 때 스텝들이 표를 확인하며 위와 같은 티켓을 하나 주는데 이것은 내부에 있는 "시네마 오리온"에서 상영하는 애니메이션을 관람할 수 있는 영화표이다. 주로 지브리에서 제작한 짧은 단편들을 정해진 시간마다 상영하고 있다. 주로 아이들이 부모님들과 함께 줄을 서 있다.
"오픈대창고" 에서는 다음 전시를 기다리고 있는 다양한 지브리 애니메이션 속 장면 및 캐릭터 전시물을 만날 수 있는데, 미술관 전시장 지하에 있는 수장고 같은 느낌이다. (아마도 실제 수장고는 따로 있고 여기는 관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오픈창고형으로 만든게 아닐까...? 싶긴한데...규모가 그렇게 크진 않다!) 걸어가다가 저 멀리 바론 남작과 눈이 마주쳐서 심쿵...!! ㅎㅎ
"유바바의 사무실", "고양이버스", "거신병", "미나미마치" 등 작품 속 장면들을 정말 실감나게 재현한 공간들을 만날 수 있으니 이곳저곳 놓치지 말고 둘러보기! 게대가 지브리작품을 본 사람이라면 알아차릴 만한 깨알같은 조연들의 활약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1. <지브리 명장면전>
내가 방문했을 때는 위의 3가지 기획전시가 진행중이었다. 특히 <지브리 명장면전>에서는 지브리 작품의 등장인물이 되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재미난 스팟들이 정말 많았다. 지브리대창고에 입장하면 아마도 사람들이 긴~줄을 서고 있는 곳이 있을텐데 거기가 <지브리명장면전>으로 들어가는 입구라고 생각하면 된다. 나도 약 50분정도 줄을 섰던 것 같다. 혼여행이라 함께 기다리는 말동무도 없다보니 꽤 힘든 시간이었지만...들어가는 순간 그 모든 피곤함이 사라진다!!! (혼자가서 사진을 많이 못남겨 아쉬웠으나 ㅠㅠ 그래도 이건 꼭 찍고싶다..!! 하는 곳들에서는 열심히 주변 관광객들에게 부탁해서 찍었다...모두들 감사해요♥)
2. < 食べるを描く。> (먹는것을그린전시)
그리고 지브리의 음식들과 식사장면, 공간들을 재현한 < 食べるを描く。> (먹는것을그린전시) 전시도 인상깊었다. 지브리의 작품들은 저마다 기억되는 음식들이 있을 정도로 음식과 먹는사람들의 표현을 멋지게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브리의 음식들은 왜 이렇게 맛있어보이는걸까? 해당전시는 도쿄의 지브리미술관에서도 기획전시로 진행되었던 것으로 나고야에서는 <코쿠리코 언덕에서> 작품의 부엌 등 몇가지 작품이 더욱 추가되었다고 한다. 사진 찍는게 금지되어 있어서 눈으로만 열심히 담아왔음!
3. <지브리가득전>
<지브리가득전>은 그야말로 지브리 가득이다. 전세계에서 모은 지브리 작품의 포스터, 서적, DVD, CD 등 다양한 콘텐츠 패키지, 아트상품 등을 볼 수 있다. 중간에 고양이버스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도 있는데 어른이 들어가서 활개?!? 치기에는 약간 아담한 규모라 아가들과 부모님들 위주로 기념사진을 많이 남기고 있었다. (나도 어린이가 되고 싶어...!!!ㅠㅠ)
지브리스튜디오의 설립자인 미야자키 하야오, 타카하타 이사오, 스즈키 토시오 이 3명의 유명인들 외에도 지브리에서 함께 일했던 스튜디오의 다양한 사람들의 사진들을 볼 수 있었던 전시 마지막 부분도 좋았다. 저분들 덕분에 내가 이렇게나 좋은 작품들을 보며 살 수 있었구나 생각하니 괜히 찡한...♥ 고마워요.
지브리파크를 갔을 당시에는 곧 개봉을 앞두고 있었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포스터를 보며 두근두근했던 기억이 난다. 벌써 한국에서도 개봉한지가 한참되었네...새삼스럽게 시간이 참 빠른...ㅠㅅㅠ
아이치엑스포기념공원에 도착해서 지브리파크에 입장하기 전 바로 이렇게 생긴 "엘리베이터 탑"을 지나게 되는데, 이곳은 원래 있던 엘리베이터 시설 내외부를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나 <천공의 성 라퓨타>에서 볼 수 있는 19세기 말 공상과학적인 세계관을 접목시켜 리모델링 한 것이라고 한다. 사실 전철에서 내려서 걸어오는 동안 굉장히 현대적인 디자인의 시설과 건물들을 지나치게 되기 때문에 도대체 이런 곳에 "지브리파크"가 있는 것일까...하는 생각이 드는데, 이 엘리베이터가 지브리의 세계로 넘어가는 비밀의 문?!?(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터널 같은 역할말이다ㅎㅎ) 같은 연출 효과를 주는 것 같다.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하면 그때부터는 뭔가 본격적으로 두근두근한 기분이 시작된다!!!
그리고 나는 사카에역에서 "히가시야마선"을 탄 후, 종점(후지가오카역)에서 지상철인 "리니모"로 갈아타서 지브리파크로 갔는데 어떤분의 리뷰를 보니 히가시야마선의 붉은색 지하철의자가 <귀를 기울이면>에서 시즈쿠가 탔던 지하철을 연상시킨다는 있었다. 타보니 과연...ㅎㅎ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 )
그리고 마무리는 역시... 먹부림으로...ㅎㅎ 어디서든 맛있는 이치란 라멘(사카에점)은 역시 굿초이스...!! 그리고 지브리파크를 열심히 걷고 저녁으로 먹었던 히츠마부시(장어덮밥)는 진짜 꿀맛이었다. 네모난 도시락통에 밥에 올려진 장어가 나오는 관동스타일 장어덮밥과 다르게 나고야만의 장어덮밥이 있는게 그게 바로 히츠마부시다! 다양한 반찬들이 함께 나오기 때문에 한국인들의 정서에 잘 맞는듯한 음식...ㅎㅎ
게다가 히츠마부시는 먹는 방법이 재미있는데, 솥같은 그릇에 나오는 장어덮밥을 4번에 걸쳐서 나눠먹는다. 처음에는 본연의 맛을, 두번째는 식당에서 제공하는 비법소스와 함께(와사비, 김, 고추장소스, 간장소스 등등 각 집마다 다른스타일을 선보임), 세번째는 차에 말아서 오차즈케로, 마지막은 위 3가지 방법 중 가장 맛있었던 방법으로 먹으면 된다!! ㅎㅎ 나고야에 간다면 이 맛있고 재미있는 요리를 꼭 먹어보이실 추천한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 누군가 나고야가 노잼도시라고 말한다면, 나는 정말 꿀잼 도시였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빠른 시일내에 다시 한번 또 가고 싶은 도시이다!!!! 지브리파크의 변화와 함께 앞으로 더욱 기대되는 도시 나고야, 꼭 한번 가보시길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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