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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자와 21세기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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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kot_b 2023. 3. 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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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에서 이어집니다.)

 

Photo: WATANABE Osamu, Courtesy: 21st Century Museum of Contemporary Art, Kanazawa (21세기미술관 홈페이지 참조)
Photo: WATANABE Osamu, Courtesy: 21st Century Museum of Contemporary Art, Kanazawa (21세기미술관 홈페이지 참조)

 

전통의 도시에 자리잡은  21세기미술관

황금색 속살을 가진 붉은 벽돌의 가나자와 시청 건물에서 작은 횡단보도만 건너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전통의 도시 심장부에 자리 잡은 투명색의 현대적인 건축물, 바로 21세기현대미술관(이하 21세기미술관)이다. 21세기미술관은 잔디밭으로 둘러싸인 원형 건물로 정문이 따로 정해 지지 않고 총 4곳에 입구가 마련되어 있다. 이 미술관을 설계한 건축가 니시자와 류에와 세지마 가즈요가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았을 정도로 전시되어 있는 작품만큼 미술관 건물 자체가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21세기 미술관은 전통예술과 호흡하며 동시에 세계를 향해 열린 미술관을 지향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 처음에 난 조금 당황스러웠다. 이름도 거창한 21세기미술관이 이렇게 작은 규모일 줄이야, 하지만 신호등을 건너서 미술관의 입구에 도착할 때까지 난 정확하게 떠올릴 수 있었다. 이 미술관이 지향하고 있는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이 바로 “누구나 언제든지 쉽게 들어올 수 있는 것” 이라는 점을 말이다. 참 가나자와와 어울리는 말이었다. 이 공간에 존재하는 사람이라면 아무도 배제 받지 않고 그 누구나, 언제든지 들어올 수 있는 미술관이다. 

21세기미술관 로고

 

이는 미술관의 로고를 봐도 알 수 있다. 21세기미술관의 로고는 건축물의 조감도를 그대로 사용하였다. 이 마크는 미술관의 지도로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정문(정면)이 따로 없이 내외부가 개방되어 있는 미술관,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있는 박물관, 그것이 바로 21세기미술관이다.  실제로 미술관 건물자체의 네 입구는 자유롭게 입장 할 수 있고 입장권이 없는 사람도 미술관 밖 잔디밭의 작품을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또한 미술관 내부의 무료존에서도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고 유료존의 작품도 일부 감상할 수 있게 되어있었다.

 

<21세기미술관_Leandro Erlich 의 "The Swimming Pool">

 

어느 방향으로나 열려있는 미술관

 

21세기미술관에서는 4가지를 미술관의 특징으로 꼽고 있는데 첫번째는 "세계의 현재(지금)과 함께하는 미술관", 두번째는 "시민과 함께 만드는 참가교류형의 미술관", "지역의 전통을 미래로 연결해 세계로 열려있는 미술관", 마지막으로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미술관"이다. 

 

강화유리에 물을 채워 수영장 수면을 만들고 그것을 경계로 지상과 지하의 사람들이 서로 바라보는 Leandro Erlich 의 <The Swimming Pool> 이나 Anish Kapoor 의 <세계의 기원_The Origin of the World>과 같은 작품들도 충분히 매력적이었지만 21세기미술관에서가장 인상 깊게 다가왔던 것은 사실 이 미술관과 이 공간에 존재하는 사람들이었다. 가나자와 도시시민들에게 열려있는 “공원” 같은 미술관인 이곳은 실제로는 유료로 작품을 감상하는 미술관임에도 불구하고 돈을 지불한 것과는 상관없이 공간 자체를 가지고 즐기는 정말 개방된 공간이었다.

 

21세기미술관은 건물자체 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이곳의 모든 사람들이 하나의 오브제로써 커다란 작품을 완성하는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잔디밭에서 뛰노는 아이들, 관람을 하는 사람들, 의자에 앉아서 쉬는 사람들 모두가 21세기미술관의 일부인 것이다. 우리가 이곳에서 투명 유리 너머 걸어가는 누군가를 볼 수 없다면 아마도 정말 어색할 것이다. 미술관에서 내가 감상하는 것은 이 공간에 존재하는 우리들 스스로인 것이다.

 

이것은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들 속에서 진짜 주인공이 누구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곧 시민을 도시의 주인공으로 생각하는 가나자와의 문화정책과도 이어진다. 방문하는 곳곳마다 가나자와에 살고 있는 그 이름 모를 사람들의 존재감이 크게 느껴지는 하루였다. (이런 도시에 살다니 정말 부러워!ㅠ)

 

 

(3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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