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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길장소특정형퍼포먼스 <오월수레 오늘을 걷는다>

기획노트

by kkot_b 2023. 4. 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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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쪽에 도시락 가방이 꽁꽁 묶여 있었다. 그가 힘껏 페달을 밞았다. 새벽 공기를 가르며 달려갔다. 증기기관차의 김처럼 입김을 씩씩 뿜어내며 힘차게 달려갔다. 머리카락이 휘날렸다. 작업복 자락이 펄럭였다. 점점 멀어지면서 새벽 여명 속에 옷자락의 펄럭임만이 보였다. 수없는 펄럭임이었다. 그것은 깃발이었다."   홍희담 <깃발> 中

 

오월길장소특정형퍼포먼스 <오월수레 오늘을 걷는다> (2016)

"오월을 수레에 실어 길을 걷습니다. 무명의 자리에 새긴 오월의 이야기를 잇습니다. 오월수레는 광주역 광장에 실려 나왔던 주검으로, 대인시장과 양동시장 어머님들이 전해주었던 주먹밥으로, 확성기를 들고 광주 시내에 울려퍼지던 목소리로, 녹두서점에서 벌였던 토론의 열기로 관객과 만납니다.  <오월수레 오늘을 걷는다>는 광주의 오월길을 관객이 함께 걸으며 다양한 퍼포먼스를 관람하는 장소특정형 퍼포먼스입니다. 관객들은 퍼포머와 함께 걸으며 잊혀져가던 도시의 이야기를 목격합니다. 광주의 오월을 함께 걷고 기억하고 싶은 당신을 초대합니다."

 

프로그램 안내 홍보물 (앞/뒤)

 

오월의 수레를 함께 만들다

2013년 처음 진행된 <달콤한오월길 MOVING콘서트>를 시작으로 매년 수레를 끌며 오월길을 걷는 퍼포먼스를 지속해오던 달콤팀이 2016년에는 좀 더 호흡이 긴 프로젝트를 진행하게되었다. <오월수레 오늘을 걷는다>는 광주의 오월길을 관객이 함께 걸으며 다양한 퍼포먼스를 관람하는 장소특정형 공연이다.  前서울변방연극제 감독이신 임인자 감독님께서 디렉터로 참여하시고, 디자인 스튜디오 제로랩과 무용가 신희흥 선생님과 협업할 수 있었다. 

 

관객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진 다섯대의 수레와 함께 80년 5월의 기억을 간직한 도시의 곳곳을 함께 걸으며 퍼포먼스를 관람한다. "수레"는 1980년 5월 20일 광주역에서 군부의 총에 맞아 숨진 2명의 주검을 수레에 싣고 태극기로 덮어서 금남로로 행진했던 그날을 상징하는 오브제로 다섯대의 수레는 "불탄방송국수레", "이야기수레", "왜곡도서수레", "오월분수대수레"와 달콤팀이 무빙콘서트에 계속 사용했던 "달콤수레" 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퍼포먼스에 참여할 일반 참가자들을 사전에 모집했다. 그리고 이들과 함께 한달 간의 워크숍 과정을 거치며 각자의 오월이야기를 수집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과정을 통해 참가자들이 사람들에게 꺼내고 싶은  5.18에 대한 어떤 이야기들을 '수레'가 화자가 되어 들려줄 수 있도록 표현했고 실제 수레를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작업과정에 제로랩이 함께했다. (8주간의 워크숍과 수레제작은 이곳을 클릭하면 더 자세히 볼 수 있다.)

 

양림동호랑가시나무창작소에서 제로랩과 함께한 수레제작과정
왜곡도서수레를 기획한 동규님과 함께 오월분수대수레의 색칠작업을 하는중!

 

달콤수레, 불탄방송국수레, 왜곡도서수레, 이야기수레, 오월분수대수레, (+오월소리수레) 등 총 6개의 수레들은 모두 각각의 오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히 불탄방송국수레는 80 5월 당시 불타버린 광주MBC 방송국의 형상을 본 따 만들었고 당시 언론보도의 참상을 알리고자 했다. 왜곡도서수레에는 5.18왜곡도서들을 전시하고 문장들을 지우는 퍼포먼스를 통해 5.18의 왜곡된 현실을 비판한다.

 

참가자들과 함께한 워크숍을 통해 만들어진 오월수레들, 저마다의 이야기를 담았다.

 

80년 5월의 기억을 간직한 도시의 곳곳

<오월수레 오늘을 걷는다>에서는 5.18민주광장을 비롯한 5개의 거점을 무대로 수레를 화자로 한 퍼포먼스가 진행되고 관객들은 퍼포머와 함께 걸으며 잊혀져가던 도시의 이야기를 목격한다. 관객은 사전모집을 통해 약 30여명을 모집하였다. 광주공원에서 달콤수레와 함께 출발한 관객들은 충장파출소 >  우다방네거리(옛 충장로우체국 앞) >  광주YMCA를 거쳐  5.18민주광장으로 행진하고 각각의 장소에서 기억과 이야기를 전하는 수레를 만나게 된다.   

 

퍼포먼스의 시작은 80년 당시 학생복장을 한 진행자의 등장과 함께 시작되었다. 진행자는 오월수레의 출발을 알리고 관객들은 한줄로 서서 오월길을 걷기 시작했다. 걷는 동안 길 곳곳에서는 다양한 퍼포먼스가 진행되었다. 광주세무서 앞 골목에서는 계엄군에게 쫒기는 시민들의 모습이 재현되기도 했고 충장파출소 앞 공중전화박스에서는 80년 오월 당시 집에 전화를 거는 학생의 모습과 세월호가 가라앉을 때 집에 전화를 하던 학생들의 모습이 중첩되어 보여지기도 했다. 

 

 

 

퍼포먼스를 관람했던 관객 중 한명은 금남로에서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을 바라보며 진행자의 설명을 듣고 있던 중 창문에서 펼쳐지던 “나는 보았습니다”라는 현수막 퍼포먼스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면서 이번 공연을 통해 5.18을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충장로에서 오월의 글귀가 적힌 나무 팻말을 관객들이 함께 들고 걸어갈 때는 스스로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야기수레를 만든 권준희씨는 이번 기회를 통해 오월 희생자들의 이야기를 수집하는 작업을 시작하게 된 것을 매우 뜻 깊게 생각한다며 퍼포먼스가 끝난 뒤에도 수레를 활용하여 오월 이야기 수집 작업을 지속하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퍼포먼스를  모두 마친 뒤 5.18기록관에서 오월수레를 보관해주신 덕분에 이후에 부산 등에서 진행하는 기획전시에서도 활용될 수 있었다. 

 

퍼포먼스를 모두 마치고 행진에 함께한 참가자, 아티스트, 스탭들과 모두 함께 찍은 사진
약 2달동안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수레를 만들었던 워크숍 참여자들과 함께 찍은 사진
퍼포먼스를 모두 마친 오월수레들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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