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왜 뉴트로에 열광할까?
어릴 적 할머니 집에서 보았던 오색빛깔 자개장이 새로 오픈한 카페의 정중앙에 딱! 놓여 있던 날, 그 묘한 감정이란 이제 옛말이 되었다. 빈티지 카페와 자개장은 하나의 공식처럼 뉴트로 풍미한 인테리어 요소가 되었다. 어떤 때는 너무 뻔하고 빈번하게 차용되기도. 바야흐로 “뉴트로(New-tro)”의 시대다.
뉴트로(New-tro)는 “새로운, 최근”을 뜻하는 “뉴(New)”와 “복고, 회상, 재유행” 등을 뜻하는 “레트로(Retro)”의 합성어다. 과거의 것을 새롭게 즐기는 경향을 의미한다. 과거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하는 “복고(Retro)”가 추억에 대한 회상, 그리움 등을 주요 코드로 가지고 있다면, 뉴트로는 “새롭게 즐기는”에 좀 더 방점이 찍혀있다고 보면 된다.
뉴트로 문화에 대한 유행은 사실 꽤 오랜 시간 지속되었다. 문화예술계는 물론, 인테리어, 패션, 식음사업을 비롯해 다양한 유통 사업계에서 뉴트로가 대세가 된 지 오래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세대가 느끼는 아날로그 시대에 대한 호기심”, 혹은 “경험하지 못한 옛것에 대한 새로움”을 청년세대가 뉴트로에 열광하는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즉 과거의 것이 단순히 과거로만 남는 것이 아닌 청년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준다는 것이다. 이는 너무 멀지 않고, 상대적으로 구체적 상상이 가능한 과거의 이야기들이 새로운 세대의 텍스트로 해석될 때 얼마나 재미난 일들이 벌어질 수 있을지 기대하게 만든다.
과거에 대한 재해석이 주가 된다는 것은 전문가들이 뉴트로가 일시적으로 유지되는 단순 유행이 아닌 필연적인 시대적 흐름이 될 것이라고 보는 이유다. (이미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좋은 것들이 나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미 성공한 뉴트로의 대표적인 콘텐츠들이 답습된다는 점에 있다. 마치 빈티지 카페와 자개장의 공식처럼 말이다. 도전정신과 참신함을 잃어버린 뉴트로는 그 빛을 잃는다. 답습하는 것은 진정한 뉴트로가 아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라는 말이 있다. 새로운 시도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뜻이 아니다. 인류 역사 속에서 얼마나 많은사람들이 시대를 넘어 비슷한 고민을 하고 문제해결을 위해 사투를 벌였는지 생각하면 오히려 경견해진다. 우리가 뉴트로에 열광하는 것은 결국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지만 똑같은 것이 없기 때문 아닐까?
*이 글은 전남일보 문화칼럼에 실린 필자의 글을 재편집하여 구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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