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인스타그래머블한 삶에서 해방되기

아티클

by kkot_b 2020. 4. 10. 10:00

본문

정사각형에 중독된 현대인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깨닫고 인간이 우주를 여행하기 시작한 이래
우리가 이토록 사각형에 집착하며 살던 때가 있었던가...?
그중에서도 특히 “정사각형” 말이다.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이라는 뜻을 가진 신조어로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자랑할 수 있을 정도의 매력을 가진” 정도의 뜻이다. 인스타그램은 사진과 동영상을 올릴 수 있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으로 수많은 온라인 플랫폼 중에서도 단연 사진과 동영상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미지에 집중하다 보니 저런 신조어도 생겨난 것이 아닌가 싶다.

 

무엇을 보는 지보다
어떻게 보여주는 지가 중요한 시대

 

모바일 기기 사용이 익숙한 밀레니얼세대는 SNS에 자신이 소비한 다양한 콘텐츠를 공유하는 일이 자연스럽다. 이러한 경향이 일반적인 소비행태로 자리 잡으면서 다양한 분야와 업종에서 앞다투어 “인스타그래머블”한 상품을 만들고 있다. 홍보마케팅 분야에서도 “인스타그래머블”은 중요한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성공한 상품의 기준이 “얼마나 잘 팔렸는지”와 함께 온라인에 얼마나 많은 해시태그를 보유하고 있느냐로 분류되니 소비시장에서 볼 때도 참으로 큰 변화다.

 

가성비와 가심비를 중시하는 깐깐한 소비자인 밀레니얼세대들에게  인스타그래머블함은 비교적 쉬운 어필요소 중 하나다.  한장의 그럴듯한 이미지를 만들어주면 되기 때문이다. 

 

누구나 자신만의 미디어를 가질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이후, 우리는 그 어떤 시대보다 자기 PR을 쉽게 할 수 있는 편리한 세상에서 살게 되었다. 하지만 그와 함께 조금은 피곤한? 삶을 얻게 되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가장 맛있는 고기는 카메라가 먹는다"
어느 고깃집 사장님의 명언

 

가장 맛있는 순간에 우리는 카메라를 먼저 들이민다.(이미지출처 - pixabay)

그중 가장 고통받고 있는 것은 여러 감각기관 중 분명 “눈”일 것이다. 보여지는 것이 중요한 시대, 시각적 정보로 판단되는 것이 너무 많다. 눈은 하루온종일 바쁘다. 이미지 정보가 넘쳐난다. 언젠가 어떤 글에서 유명 맛집의 사장님이 가장 맛있는 고기는 카메라가 먹는다는 말을 하셨던 게 기억난다. 가장 좋은 순간, 가장 맛있는 음식, 가장 멋진 장면은 항상 카메라가 먼저다. 순간을 즐기는 나 자신의 만족도보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한 장의 사진을 보고 남긴 "좋아요"에 더 행복해지는 세상이다.

 

뜨겁게 떠오르고 급격하게 쇠락하는
핫플레이스 마케팅이 지겹다

 

인스타그래머블의 대명사로 꼽히는 핫플레이스 이야기를 해보자. 나는 개인적으로 이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핫플레이스는 그 이름처럼 뜨겁고 빠르게 떠오르지만 그만큼 급격하게 쇠락한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몇 장의 사진으로 짧은 시간 스낵처럼 명소들을 소비하고 떠난 사람들이 내린 얕은 평가가 온라인상에서는 절대적인 의견처럼 영향력을 발휘하는 모습들을 보고 있으면 두려울 때가 있다.

 

장소가 가진 본연의 역사와 이야기가 과연 2차원의 정사각형에 오롯이 담길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빠르게 ‘소비’되고 ‘소진’되어버린 인스타그래머블한 핫플레이스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지역이 가진 고유한 스토리는 외면당한 채 핫플레이스라며 “~리단길(고유지명+경리단길)” 같은 단어로 소개될 때 그 서글픔이란.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언젠가부터 당신은 인스타그래머블한 일상에 중독되어 있진 않은지?

 

온라인에 기반한 소통이 익숙한 밀레니얼세대들이 결정적 장면을 이미지로 소비하는 것은 효율 면에서 필연적이다. 하지만 가끔은 그 이미지에 현혹되어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정사각형의 그 작은 창만으로 모든 것을 이해하기엔 우리가 사는 세상은 너무나 다채롭고 아름답지 않은가.

 

보여주기 위한 이미지에 연연하지 않고 누군가의 잣대에 흔들리지 않는 것.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가장 좋은 순간을 카메라가 아닌 눈에 담으며 사는 것. 어쩌면 당신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그런 해방감을 조금은 느껴보라, 조심스레 권하고 싶다.

 

*이 글은 전남일보 문화칼럼에 실린 필자의 글을 재편집하여 구성되었습니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