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를 좋아하는 좋아하는 25살 김꽃비입니다. 학창 시절 친구들과 만들어 입은 <원피스> 티셔츠를 입고 나왔습니다."
100명의 시민은 모두 약 30초씩 자기 소개를 한다. 무대에 설 때는 자기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옷차림, 혹은 물건을 소지해달라고 요청받았다.
<100% 광주> 무대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연출 중 하나는, 참가자들이 무대에서 불을 모두 끄고 빛으로 자신의 의사표현을 하는 장면이었다. 이 장면은 "세금을 탈세한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단 한 명의 시민만이 "YES"라고 답한다. 그리고 그 한 명의 시민은 이렇게 말한다. "과연 저만 이 짓을 했을까요?(웃음)" 그리고 그는 질문의 방식을 조금 바꾸어보자고 말하며, 무대 위의 불이 모두 꺼진다. 무대 위의 100명의 시민은 들고 있는 작은 조명기구의 불을 켜고 끄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다시 한번 같은 질문이 이어지고 1명만 "YES"라고 답했던 것이 10명으로 늘어난다. 재미있는 점은 관객을 포함해서, 무대 위에서 함께 출연하고 있는 배우(시민)들도 어떤 사람이 불을 켜고 끄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조명기구는 아주 작고, 머리 위로 불을 켜는 방식이기 때문에 바로 옆의 사람이라도 민감하게 귀 기울이지 않으면 눈치채기 어렵다. 불을 끄고 던져진 질문들은 상당히 민감한 주제의 질문들이다. "낙태를 해본 적이 있습니까?",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습니까?", "배우자 이외의 사람과 바람을 피워본 적이 있습니까?", "감시당한다고 느낀 적이 있습니까?" 등, 불이 켜진 자리에서는 상당 수의 사람들이 진실을 이야기하지 않을 내용이다.
이러한 방식의 연출은 통계가 가지고 있는 익명성의 기능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이는 곧 도시라는 거대한 커뮤니티의 익명성과도 연결된다. 익명성이 가진 2개의 특징은 마치 동전의 양면 같다. 솔직함을 끌어낼 수 있는 반면 거짓말을 할 가능성도 크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오늘날 도시의 특성과 그 도시가 만들어낸 통계가 가지고 있는 이런 재미난 지점들을 리미니 프로토콜이 대단히 잘 파악했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때 연출되는 장면들은 마치 우리가 설문에 응답할 때, 그 응답들이 모여 하나의 그래프로, 통계자료로서 도출되기까지의 과정을 사람들이 직접 연기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달까.
어떤 사람들은 <100% 광주> 공연이 518에 대한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그렇지 않아 의외였다고 한다. <100% 도시> 연작들이, 대부분 그 나라의 수도에서 진행됐던 점을 생각하면, 광주라는 도시에서 이 공연이 진행된 것은 매우 흥미롭다. 리미니 프로토콜은 이 공연을 통해 광주의 518을 이야기하고자 하진 않았다. 하지만, 통계에서도 나타나겠지만 캐스팅된 100명의 광주 시민 중에는 518 희생자가 다수 포함되어 있었고 리미니 프로토콜은 그들의 이야기를 무대에서 의도적으로 배치했다. 그것이 광주라는 도시의 이야기니까. 광주 시민들은 518만을 생각하며 살진 않는다. 하지만 삶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것처럼, 이 공연에서도 그랬다.
그렇다면 이 공연은 100% 리얼일까? 나의 대답은 "아니오"다. 무대 위의 배우들은 자기 자신이라기보단 "자기 자신을 철저하게 연기하는 연기자"다.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하는 행동과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은 모두 사전에 기획된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그 기획이 수많은 돌발 상황들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공연 중 자신에게 배정된 질문을 새로운 질문으로 바꿔버렸다. 그 질문은 상당히 정치적인 내용으로 자신의 주장을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확고하게 어필하는 하나의 퍼포먼스였다.
나는 "집에 무기를 소지하고 있습니다."라는 질문에 "YES"라고 대답했다. 나를 제외하면 "YES"라고 대답한 사람은 집에 총기류, 검류 등을 소지한 남성분들이었다. "무기"의 사전적 정의는 싸울 때 공격이나 방어의 수단으로 쓰이는 도구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나는 집에 있는 모든 물건이 누군가를 해칠 수 있는 흉기이자 무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나는 말로 사람을 죽이는 "혀"도 무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집에 무기가 있다고 대답했다. 이처럼 어떤 질문에 어떤 해석을 하느냐에 따라 질문에 대한 대답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