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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사를 향한 청년들의 뜨거운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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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kot_b 2024. 1. 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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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울의 봄> 포스터

 

영화 <서울의 봄>이 개봉 33일 만에 천만관객을 넘어섰다. 한국 현대사의 가장 유명한 사건 중 하나인 12.12 군사 쿠데타를 다룬 이 영화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관심을 받으며 연말까지 흥행을 이어가는 중이다.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배우들의 연기가 훌륭하다는 평은 물론, "심박수 챌린지"로 시작된 일종의 관람인증이 입소문을 타면서 영화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확산됐다.

 

스마트워치로 영화를 보기 전후 심박수 및 스트레스 지수를 공유하는 심박수 챌린지는 곧 "분노를 참을 수 없는 작품"이라는 수식어가 되며 사람들을 극장으로 끌어모았다. "영화 보고 터져 나오는 울분을 두더지 잡기 게임으로 승화하기", "포스터의 전두광(극 중 전두환을 모티브로 삼아 만들어진 캐릭터) 얼굴 구멍내기" 등 2030 세대를 중심으로 분노를 표현하는 다양한 밈(meme)으로 재탄생되고 더 큰 입소문을 만들며 흥행을 이어가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1979년 10.26 사태로 유신체제가 붕괴하면서 민주주의의 봄이 드디어 찾아올 것이라 기대했던 때, 그리고 그 기대가 신군부에 의해 무참하기 짓밟혔던 때, 1979년 10월 27일부터 5.18민주화운동이 일어난 1980년 5월 17일까지의 이 짧은 기간을 바로 영화의 제목인 "서울의 봄"이라고 부른다.

 

12.12 군사쿠데타를 다루기 위한 영화적 제목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 한국 현대사에서 고유명사처럼 쓰이는 말이며, 저 시절을 직접 경험한 세대들은 모두 "서울의 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다는 사실도 내게는 흥미로웠다. 90년대생인 나에게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순간들이 살아있는 역사로 존재하는 것이다. <서울의 봄> 영화가 단순히 관람으로만 그치지 않고 청년세대들에게 적극적인 한국 현대사 공부로 이어지고 있다고 하는데 나 역시 그렇다. 학창시절 달달 외우기 바빴던 역사 시간에는 미처 몰랐는데 한국 현대사가 이렇게도 흥미로울 줄이야.

 

오는 1월 10일 개봉을 앞둔 다큐멘터리영화 <길위에 김대중>도 마찬가지다. 지난 12월 19일 광주에서도 시사행사가 열렸다. 젊고 패기 넘쳤던 목포 제일의 청년사업가 김대중이 정치인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 다섯 번의 죽을 고비와 낙선에 낙선을 거듭했던 그야말로 파란곡절인 그의 인생을 엿볼 수 있었다.

 

다큐멘터리 영화 <길위에 김대중> 포스터

 

뿐만 아니라 그 시대를 생생하게 기억하는 다양한 인물들의 음성과 흑백의 자료화면들로 민주화를 향해 더디지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차곡차곡 살펴볼 수 있다. 영화 한 편으로 짧은 시간이지만 공부를 많이 하고 나온 기분이랄까. <서울의 봄>을 통해 오랜만에 다시 한국 현대사에 대한 관심이 불타오른 나 같은 청년이라면 함께 추천하고 싶은 영화다.

 

<길위에 김대중>은 1980년 광주의 5.18민주화운동 당시 김대중 전대통령이 어떤 역사적 상황에 놓여있었는지도 다루고 있다. 덕분에 80년 오월 광주를 담은 흑백의 사진들에서 수없이 보았던, 5.18 항쟁 기간 내내 광주 시민들이 외쳤던 그 문장 “김대중을 석방하라” 가 어떤 역사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더욱 생생하게 알 수 있었다. 영화는 87년 광주를 방문한 김대중 전대통령의 모습을 다루며 마무리된다.

 

두 영화 모두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후에는 광주의 5.18을 떠올리게 한다. 격동의 한국 현대사에서 많은 것들이 빠르게 바뀌고 한편으로 희생되는 동안 광주가 참 아픈 위치에 있었구나라는 점을 다시 한번 느낀다. 또한 두 작품 외에도 <남산의 부장들>, <택시운전사>, <1987> 등 최근 한국의 현대사를 드라마틱하게 다룬 작품들이 다양해지고 이 같은 콘텐츠에 청년세대들이 열광하는 것을 보면 “진짜 있었던 이야기”가 가진 힘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결국 가장 비극적인 것도 가장 감동적인 것도 영화가 아닌 실제 이야기인 것이다.

 

영화를 통해 오랜만에 불이 지펴진 한국 현대사에 대한 뜨거운 관심들이 2030 세대들에게 오래도록 이어졌으면 좋겠다. 더불어 그 관심이 5.18민주화운동을 알아가고 기억하는 열정으로도 함께 이어지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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