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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정치에 기대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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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kot_b 2024. 1. 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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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첫 선거는 2010년 지방선거였다. 가족들과 함께 아침 일찍 집 근처 중학교에 마련된 투표장을 찾았는데 특히 그해에는 색색의 투표용지가 참 여러 장이었던 기억이 난다. 처음으로 행사하는 투표권의 설렘과 동시에 “내가 뽑은 후보가 당선될까?” 하는 기대감이 개표방송에서는 조금 허무하게 끝나기도 했지만(너무 일방적으로 이겼기 때문에), 첫 선거의 두근거림은 여전히 기억 속에 있다. 그러나 슬프게도 해가 갈수록 나는 선거일이 기다려지지 않는다. 정치에 점점 기대하지 않게 되었다.

 

총선이 7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온 사회가 각종 이슈들로 들끓는다. 각 정당에서는 조금이라도 자신들의 진영에 유리한 쪽으로 여론을 몰고 오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매해 체감하는 요즘 환경문제를 비롯하여 불황 시대의 경제 및 복지문제, 인재(人災)가 끊이지 않는 한국에 너무나 절실한 안전문제 등 각종 이슈와 정책들을 통해 총선에서 국민들이 또 한 번의 중요한 결정을 하게 될 것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문제나 교권보호를 위한 법안 마련,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제3자변제 논란은 물론 최근 때아닌 이념을 내세우며 시끄러운 현 정부의 역사관념 등 당장 심판대에 오를 문제들만 해도 한두 가지가 아닌 듯하다. 그리고 선거철이 되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청년을 향한 구호”도 마찬가지다.

 

비교적 연령별로 확실한 정치적 성향과 지지 정당을 가진 기성세대와 달리 정책이나 인물에 따라 좀 더 자유롭게 투표하는 2030세대의 표심을 잡기 위해 선거 때만 되면 “청년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청년들의 생각이 곧 미래다”라며 갑자기 청년 정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진다. 이제는 저런 방식이 정말 지겹다. 그럴수록 청년들은 점점 정치에서 멀어져만 간다. 이렇게 청년들은 정말 정치에 무관심해지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 청년들의 정치적 무관심은 “정치적 효능감의 부재”와도 연관이 있다. 민주화 세대와 달리 현재의 2030 세대들은 열정을 가지고 정치과정에 참여하여 실제로 어떤 변화를 만들어 낸 경험이 많지 않다. 내가 기억하는 유일한 경험은 2016년 광화문을 비롯해 전국 곳곳의 거리를 촛불로 물들인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운동과 2017년 대통령의 탄핵이었다. 그러나 세상이 바뀔 것 같이 벅차올랐던 기대와는 달리 세상은 다시 비슷해졌고 똑같은 문제들이 반복되고 있다. 게다가 선거철에만 반짝 솟아나는 청년에 대한 관심은 정치에 회의감을 들게 한다. 열정을 쏟았지만 바뀌는 것도 없고 정치참여가 밥 먹여주는 것도 아니니 경제불황 속 나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 청년들이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 정치에 참여할 이유가 무엇이 있겠는가?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한편으로는 청년들이 내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정치를 잘 떠올리지 못하는 것 같다. 정치의 영역에서는 의견을 내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을 지켜보기까지 필요한 절차들이 낯설고 어렵다 보니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치에 어떻게 참여할 수 있고, 또 그 참여로 우리의 삶이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 체감할 수 있는 “정치참여교육”이 청년들에게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것,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며 비슷한 이슈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 정당 활동을 하는 것, 집회나 시위에 참여하는 것 등 정치참여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선거에 출마하거나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 이외에도 말이다. 이런 과정에는 직접 “참여해 본 경험”이 중요하다. 참여의 경험을 자연스럽게 만들어주면 새로운 세대들의 정치참여도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

 

정치에 무관심하면 할수록 고통받는 건 결국 우리 자신이다. 회의적인 눈초리로 야유만 보내다가는 진짜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된다. 그리고 사실 또래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다들 결코 정치에 무관심하지 않다. 오히려 사회적 이슈들에 그 누구보다 빠르고 기민하게 귀를 쫑긋 기울이고 있는 것이 바로 2030 세대다. 이번 총선에서는 기존의 방식이 아닌 청년들이 정치의 영역에 참여할 수 있는 보다 다양한 방법들을 고민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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